저는 시키는 건 다 하는 환자였습니다. 퇴원하면서 받은 안내문을 냉장고에 붙여놓고, 폰에 두 시간 간격 알람을 맞췄어요. “식염수 분무.”
비절개 2,800모, 700만원. 이 돈을 지키는 방법이 식염수 분무라면, 세상에서 제일 성실한 분무 기계가 될 생각이었습니다. 회사에서도 알람이 울리면 화장실로 가서 뿌렸어요. 하루 여덟 번, 어떤 날은 열 번.
그런데 3주차 밤, 저는 침대에서 이마가 당기고 가려워서 뒤척이고 있었습니다. 뭔가 이상하잖아요. 이렇게 성실했는데 왜.

광고 의심부터 하실 텐데, 맞는 자세입니다. 저도 그랬어요. 이 글의 핵심은 제품 자랑이 아니라 제가 3주 동안 헛짚었던 지점 하나입니다. 그것만 가져가셔도 됩니다.
뿌리고, 마르고, 더 가렵고
이상한 패턴을 발견한 건 밤이었어요. 식염수를 뿌리면 그 순간은 시원합니다. 그런데 15분쯤 지나 마르고 나면, 뿌리기 전보다 더 당기는 느낌이 들었어요. 처음엔 기분 탓인 줄 알았습니다.
후기를 찾아보니 저만 느낀 게 아니더군요.
“병원에서 준 식염수는 뿌릴 때만 잠깐 시원하고 금방 또 가려웠거든요.” — 이승****님
나중에 원리를 알았습니다. 식염수는 소금물이에요. 물은 증발하는데, 증발하면서 두피에 있던 수분까지 같이 데려갑니다. 바닷물에 젖은 피부가 마르면 더 땅기는 것과 같은 이치예요. 저는 두 시간마다 두피를 적셨다 말리는 사이클을 성실하게 반복하고 있었던 겁니다. 가려움과 당김의 원인이 건조인데, 말리는 과정이 루틴 안에 들어 있었어요.
오해는 마세요. 식염수가 나쁘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세정과 순간 보습, 거기까지는 식염수가 제일 싸고 확실해요. 병원이 틀린 것도 아닙니다. 다만 식염수의 역할이 끝나는 지점이 있는데, 아무도 그 지점부터를 말해주지 않았던 것뿐이에요.
낮의 성실함은 밤에 무너집니다
더 큰 구멍은 밤이었습니다. 두 시간 간격 분무, 자는 동안엔 누가 하죠?
밤 11시에 마지막으로 뿌리고 자면, 아침 7시까지 여덟 시간. 그 여덟 시간 동안 이식 부위는 마른 채로 방치됩니다. 겨울이라 방은 건조했고, 저는 새벽마다 이마가 간지러워서 잠을 설쳤어요. 손이 올라갈까 봐 무서웠던 밤도 있습니다.
“수술 1주차인데 후두부 당기는 거랑 이식 부위 간질거리는 것 때문에 잠을 못 잤어요. 긁으면 생착 망할까 봐 손 묶고 자고 싶었는데” — 유현****님
손 묶고 자고 싶다는 말, 겪어보면 과장이 아닙니다. 낮의 성실함은 의지의 문제지만, 밤은 도구의 문제예요. 의지가 꺼져 있는 여덟 시간을 버텨줄 무언가가 있느냐 없느냐.

루틴을 바꾼 게 아니라 도구를 바꿨습니다
제가 한 일은 단순합니다. 세정은 식염수에 그대로 맡기고, 보습 유지 구간만 도구를 바꿨어요. 아침 출근 전 한 번, 자기 전 한 번은 마르고 나서도 보습막이 남는 걸로. 저는 전성분을 다 공개해 놓은 애프터플란트 앰플로 갈아탔는데, 고른 기준은 식염수의 반대였습니다. 마르면 끝나는 게 아니라, 마른 뒤에도 남는 것.
알람은 여덟 개에서 세 개로 줄었어요. 웃긴 건, 분무 횟수가 줄었는데 밤에 깨는 횟수도 같이 줄었다는 겁니다. 성실함의 총량이 아니라 도구의 지속 시간이 문제였다는 증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미리 준비한 사람들은 이 시행착오 자체를 건너뛰더군요. 후기 중에 이런 게 있었습니다.
“작년에 헤어라인 이식 수술한 친구가 다른 건 몰라도 이건 꼭 사라고, 자기는 이거 몰라서 고생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수술 전부터 미리 사뒀습니다. (…) 진짜 건조할 틈 없이 뿌렸어요. 그래서 그런지 딱지도 엄청 얇게 생기고 가려움도 거의 없이” — 이유****님
“자기는 이거 몰라서 고생했다”는 친구가 바로 3주차의 저였습니다. 이 글이 여러분한테 그 친구 역할을 하면 좋겠어요.
솔직하게 덧붙일 것
먼저, 제 가려움과 당김이 전부 사라진 건 아닙니다. 줄었을 뿐이에요. 딱지가 떨어지고 두피가 안정되는 시기와 겹쳤을 수도 있어서, 어디까지가 도구 덕인지는 잘라 말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식염수만으로 충분한 분도 분명 있어요. 이식 모수가 적거나, 집에 있어서 수시로 뿌릴 수 있거나, 원래 두피가 건조하지 않은 분요. 제 문제는 회사원의 하루와 겨울 건조였고, 그 조건에서 두 시간 간격이 불가능했던 것뿐입니다.
성분이 궁금하시면 만든 회사가 전성분 32개를 깐 글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보습 성분이 층으로 짜였는지 성분표로 보는 법까지 나와 있습니다.
성실함을 의심하지 마세요. 도구를 의심하세요
지금 알람 맞춰가며 식염수를 뿌리는데도 밤마다 가렵고 당기는 분이 계시면, 당신이 게을러서가 아닙니다. 700만원을 지키겠다고 그만큼 성실한 사람은 드물어요. 성실함이 닿지 않는 여덟 시간이 있을 뿐입니다.
그 여덟 시간을 어떻게 채울지 정하는 데 오래 걸릴 필요 없어요. 저처럼 3주를 헛짚지 말고, 성분표 열어서 마른 뒤에 뭐가 남는 구성인지 확인해 보세요. 그게 전부입니다.
이 글이 도움이 되셨나요?
